새벽 4시, 성문이 열리던 날
플로벨 왕국의 새벽은 언제나 조용했다. 오렌지빛 여명이 성벽 위로 번지기 시작할 무렵, 거대한 성문 앞에 작은 실루엣 하나가 서 있었다.
파블로였다. 머리 위에는 어딘가 비뚤어진 흰 종이배 모자, 등에는 낡은 갈색 배낭. 꼬리 끝에서는 작은 풀잎 두세 개가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성문 안쪽에서 왕과 왕비, 그리고 동생 로카가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다들 실패했지만.
로카
"오빠, 꼭 돌아와야 해."
파블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그 손짓이 어찌나 가볍고 신나 보이던지, 배웅하던 로카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길이 있었어요.
그 길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날이었어요.
왕관보다 무거운 것
왕좌의 방은 늘 눈이 부셨다. 금빛 촛대, 붉은 카펫, 그리고 반짝이는 왕관. 누가 봐도 완벽한 무대였다.
파블로는 그 왕관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선글라스 너머의 눈이 왕관에서 배낭으로, 다시 배낭에서 왕관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파블로 (혼잣말)
"왕관... 나한테는 좀 무겁지 않나? 🤔"
왕관이 무거운 게 아니었다. 사실 파블로는 알고 있었다. 왕관을 쓰는 순간, 더 이상 아무데도 갈 수 없다는 걸.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
그 거리를 처음으로 솔직하게 마주한 순간이었어요.
네가 더 잘 어울려
파블로는 왕궁 복도에서 로카를 불렀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길게 뻗어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두 손으로 건네는 왕관. 받아드는 로카의 눈이 동그래졌다. 당황한 건지, 감동받은 건지, 본인도 모르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파블로
"로카야, 왕관은 네가 더 잘 어울려. 나는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 😊"
로카
"오빠... 진심이야?"
파블로는 대답 대신 로카의 머리 위에 왕관을 살며시 얹어주었다. 딱 맞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길을 걸었어요.
마법사 할머니의 선물
왕국 동쪽 골목 끝. 작고 구부정한 마법사 할머니는 파블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공방 안은 온갖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할머니 — 종이배 모자를 씌우며
"물에 닿으면 요트로 변한단다. 수질이 좋을수록 더 커지지 🛶"
파블로가 모자를 받아 비뚤게 썼다. 할머니가 바로 잡으려다 그냥 뒀다. 어차피 파블로는 또 비뚤어질 테니까.
할머니 — 선글라스를 건네며
"지도를 볼 수 있고, AI 비서가 되어 도와줄 거야 👓"
파블로가 선글라스를 쓰고 거울을 봤다. 흐뭇했다. 원래 눈이 좀 작아서 콤플렉스였는데.
할머니 — 서핑보드를 내밀며
"하늘도 날 수 있어, 날개가 펴지거든 🏄"
서핑보드를 받아든 파블로의 눈이 반짝였다.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티가 날 정도로.
왕국의 최고 마법사답게, 완벽한 아이템들이었어요.
꼬리 샐러드와 오늘의 지도
파블로는 돈이 없었다. 한 푼도. 그런데도 굶지 않았다.
꼬리 끝에 난 풀잎을 조심스럽게 뜯어 그릇에 담았다. 금세 뜯긴 자리에서 새 풀잎이 쑥 올라왔다. 파블로가 그걸 보며 혼자 웃었다.
파블로
"오늘 점심은 꼬리 샐러드~ 🥗 (또 자랐네 ㅎㅎ)"
밥을 먹고 나면 지도를 펼쳤다. 선글라스 AI가 맛집, 카페, 낚시터, 숙소를 표시해줬다. 파블로는 풀밭에 드러누워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
파블로
"오늘은 어디서 뭘 먹을까? 🗺️"
돈 한 푼 없이도, 세상 어디서든
먹고 자고 자유롭게 즐겼어요.
파슐랭 ★★★★★
작은 동네 식당이었다. 메뉴판도 없고 테이블도 세 개뿐인. 파블로는 거기서 먹은 된장찌개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수첩을 꺼내 꼼꼼하게 적었다. 파슐랭 ★★★★★. 옆에서 식당 할머니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날 밤, 텐트 밖에 누워 하늘을 봤다. 별이 많았다. 꼬리의 풀잎이 바람에 살랑였다. 파블로의 눈가에 뭔가 맺혔다.
파블로
"이게 행복이구나. 이렇게 단순한 게... 🌟"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 없었어요.
그냥 지금이 좋았을 뿐이에요.
사실 이건, 당신의 이야기예요
파블로의 이야기인 줄 알았죠?
여명이 물드는 들판 위에서, 파블로가 처음으로 독자 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손을 내밀었다. 마치 잡아당기려는 것처럼.
뒤로는 작게 플로벨 왕국 성이 보였다. 앞으로는 황금빛 햇살이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퍼지고 있었다.
왕관이 없어도 괜찮아요.
왕국이 없어도 괜찮아요.
지금 떠나고 싶은 마음 하나면
충분해요.
사실 이건, 당신의 이야기예요.
파블로는 오늘도 날고 있어요
밤하늘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위를 파블로가 서핑보드를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보드 옆으로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아래는 작은 마을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야식을 먹고 있을 시간. 어딘가의 누군가가 오늘을 마무리하고 있을 시간.
파블로의 표정은, 완전히 자유로웠다.
인생은 한번 뿐, 오늘을 즐겨요! 🌿
지금 바로 파블로의 모험에 함께하세요! 🦆
파블로체험단이 당신의 행복한 인생을 응원해요 🦆